청년예술가가 살아가는 or 살아가기 위한 방식_글/한혜민

청년예술가가 살아가는/살아가기 위한 방식

청년위원회 청년예술가 일자리 사례조사간담회 후기

글/한혜민(독립공연예술가)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에서 주최한 ‘분야별 청년예술가 일자리 사례조사 회의’는 취업 및 진로 설계가 불안정적, 비정형적인 청년예술가의 고민과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듣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그들이 직접 겪고 있는 취업난 사례를 조사하고자 2015년 1월, 음악, 미술, 전통, 무용, 연기 분야 별 청년예술가를 모집하여 간담회를 가졌다.

내가 참여했던 연기파트에는 20대 초반의 학생부터, 졸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 졸업 후 활동을 하고 있는 20대 후반까지 총 6명의 배우(예술가)들이 참여했다. 나를 제외한 다른 참여자들은 주로 연극영화과 혹은 뮤지컬과를 전공하고 배우의 길을 걷고자 하는 예술가들이어서 연극을 비전공을 하고 배우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겸하고 있는 나와는 다른 시각에서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열띠게 나누었던 이야기 중 특히 공감 가는 부분들과 20대의 마지막을 달리고 있는 ‘청년예술가’로서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청년 배우들이 먹고사는 법

졸업 후 우리들은 먹고 살기 위해 무슨 일을 하는가? 모두가 예상하듯이 비교적 젊을 때는 아르바이트를 겸하며 공연활동을 하다가 대다수, 특히 남자 배우들의 경우는 좀 더 관련된 일을 하기 위해 조명, 음향, 무대 스텝 등 다방면으로 일을 겸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한다. 최근에는 예술 강사를 겸하는 배우들도 늘고 있으나 대부분 풀타임을 요하는 경우가 많아서 배우직과 겸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다.

배우에게 연기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스텝 분야의 작업을 겸하도록 요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는데 이는 물론 학생 때에는 더욱 빈번히 일어난다. 간담회에 참여한 한 배우는 학교 내에서 공연작업을 할 때의 문제점을 얘기했는데 바로 안전사고의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극장 내 시스템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 없이 학생들이 스텝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아직까지도 각 스텝 분야의 전문성 필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 배우에게 전문성이 필요한 다른 스텝의 역할을 당연시하며 요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배우는 그럼 ‘연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관련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필수적인 것일까.

(참고: 청년포털 홈페이지 https://www.young.go.kr/#!/)

그들이 겪는 부당한 사례들

배우로서 겪는 부당한 대우에 대한 사례는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공연 후에 페이를 지불받지 못하는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이에 대해 항의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애초에 계약서 작성을 요청하지 않는가? 선배, 선생님 등 인맥위주로 네트워크가 주로 형성되기 때문에 계약서를 정당하게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대답했다. 공동체문화, 인맥이 특히 중요한 공연계에서는 갓 활동을 시작한 배우가 이에 항의했다가 이 분야에서 ‘묻혀버릴 수도 있다’라는 두려움이 존재하고, 또 그러한 사례들이 실질적으로도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도 더더욱 계약서작성의 중요성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었다. 최근 계약서 작성 문화를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긍정적인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계약서 안에 각자의 책임을 정확하게 명시해 둔다면 이에 따른 문제들은 많이 해결될 수 있으리라 본다.

이와 함께 책임을 강요받는 문화가 팽배해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공연이 성공해서 수익이 많을 시에 그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는 활성화되어있지 않지만 공연이 흥행에 실패했을 시에는 그 책임을 배우가 함께 나누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제작 및 기획자의 잘못으로 인한 실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왜 그 모든 것에 배우의 책임을 묻는지는 의문이다.

작년에 있었던 개인적 사례를 들어보고자 한다. 지인의 제안으로 지역에서 한 달 여 기간 동안 공연작업을 한 적이 있었다. 공연을 무사히 마친 후 배우들 모두 지급 예정 날 보다 늦어지는 페이를 애타게 기다리던 어느 날 ‘식비가 예상보다 많이 지출되어 예정했던 페이에서 얼마를 제하고 보내겠다.’라는 통보식의 전화를 받았고 거기에 배우들 중 누구도 뭐라 딱히 대꾸하지 못했다. 예산과 다르게 집행된 식비의 책임을 왜 배우들에게 물어야 하는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질문은 웃음 속에 묻은 채 통화를 마쳤다. 그리곤 며칠 뒤, ‘계약서가 필요하니 계약서에 싸인 후 등기로 보내 달라’라는 문자를 받았다. 확인한 계약서에는 지급금액에 대한 내용은 빈칸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투명하지 않은 모든 과정에 대해 질문은 많았지만 누구도 명확한 대답을 요청하지 못하고 배우 5여명은 그저 소극적인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모두가 마음속에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한가득 이었지만 그저 침묵 속으로 숨어버리고 만 것이다. 아무 이야기도 하지 못하면서도 이로 인해 지인과의 관계가 틀어져버릴까 두려워했던 용기 없는 마음이 떠올라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얼마의 페이를 받고 못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은 아주 근본적인 문제인 것임을 깨달았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는 책임은 분명 ‘그럼 어쩔 수 없지’하고 한 마디 대꾸 없이 넘겨버리는 수많은 ‘나’에게도 있는 것이었다.

(참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계약관련 컨설팅지원 http://www.kawf.kr/counsel/sub01.do)

경험을 채워나갈 처음 3년차가 가장 힘들어

여러 가지 고충들을 듣다보니 처음 이 세계에 발을 들인 후의 경험이 없는 첫 3년이 가장 예술 활동에 힘들다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다. 이 시기에는 공식적인 경력이 없다보니 여러 가지 지원사업에는 해당이 되지 않음은 물론이요,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믿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당한 페이를 요구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최근 ‘신진예술가’, ‘젊은 예술가’를 위한 지원사업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정말 파릇파릇한 ‘젊은’예술가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어 보인다. 간담회 참여자들은 주위에서 여러 가지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쳐 좌절하고 진로를 바꾸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고 했다. 어렵게 수많은 경쟁률을 뚫고 꿈에 그리던 학과에 입학했지만 졸업 후 전혀 다른 분야로 전향하는 것이다. 이는 물론 개인의 문제로 볼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으로라도 그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에 나는 직접 경험했던 서교예술실험센터의 ‘소액다컴’ 지원사업을 긍정적인 사례로 들고 싶다. 2013년, 당시 내가 소액다컴에 지원했을 때 필요한 신청서에는 나의 경력, 학력을 떠나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이유를 손으로 직접 써서 편지를 보내야했다. (물론 현재는 신청방식이 달리지기는 했지만) 이는 서교예술실험센터 공간에서 지원자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 앞에서 5분간의 짧은 발표 후 마치 옛날 반장선거를 하듯 공개투표로 선정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그 때의 기회로 나는 서교예술실험센터 공간에서 내가 만들고 싶었던 아주 작은 어린이공연축제인 ‘꿈틀꿈틀 작은공연축제’를 소액이라면 소액, 나에게 있어 거액이라면 거액인 ‘50만원’을 지원받고 펼쳐낼 수 있었다. 사실 젊은 예술가들에게 있어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몇 백 만원의 큰 지원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루하루 사람들을 만나고 연습하고 작업을 하나씩 진행해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식비와 재료비 그리고 공간이면 되는 것이다. 50만원의 지원금과 서교예술실험센터라는 공간은 그 모든 것을 채워주는 열려 있는 기회가 되었다.

(참고. 서교예술실험센터 http://cafe.naver.com/seoulartspace)

소액다컴2-1 (2013. 소액다컴 자유발표 당시 사진)

인식개선의 필요성

최근 패션계에 붉어지고 있는 열정페이 문제는 물론 배우들에게도 적용된다. 왜일까?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과 방안에 대해서 각자의 의견들을 쏟아냈는데, 우리가 모두 동의한 점은 바로 예술에 대한 사회적 가치 평가가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예술은 그 자체가 무형이기 때문에 그 가치와 효과를 객관적인 지표로 환원하기 어렵다. 당장의 결과물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생산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기 쉬운 것이다. 사실, 그러한 특수성에 예술의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존재적 필요성이 있는 것임에도 말이다.

이러한 인식의 문제점은 예술계에 직접적으로 종사하는 우리들에게도 있다. 문제는 자신이 부정당한 제안에 소신을 갖고 ‘No’했을 때 ‘나는 돈 안 받겠고도 하겠다.’는 배우/예술가들이 많다는 점에도 있지 않을까. 공연할 수 있는 기회,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무엇보다도 소중한 청년예술가들에게는 정당하지 않은 제안 또한 달콤하게 들려오는 것이 사실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를 어떻게 가져올 수 있을까? 변화는 자신의 삶 속에서 직접 경험해야지만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모든 인간은 각자 자신의 삶 속에서부터의 경험으로 인해 스스로가 몸으로 느끼고 감동받지 않으면,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변화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더더욱 장기적일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어린이공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었다. 문화가치에 대한 인식이 어린 시절부터 긍정적인 예술적 경험으로 통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면? 건강한 문화예술의 미래에 대한 열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함께 있다는 것

각자의 경험과 솔직한 이야기들을 쑥덕이는 이 자리에서 뜨거운 에너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 자리를 통해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의 중요성. 커뮤니티 모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고충을 나누며 정서적 해소와 함께 해결방안을 함께 찾아보고, 서로에게 영감과 자극을 주고받는 것을 현재 직접 경험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것이 비단 이상적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현재 서울시 청년허브에서는 청년 커뮤니티들이 작당모의를 계속할 수 있도록 연간 최대 100만원을 지원해주는 ‘청년참’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커뮤니티 모임을 진행할 때마다 한 잔의 커피 값이 어쩔 수 없이 아까워지는 청년들의 현실적 상황에 맞추어 이것을 채워주는, 참으로 감사하고 필요한 사업이다. 이러한 청년예술가들의 지극히 현실적인 1차적 ‘필요’를 채워주는 사업이 앞으로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참고. 서울시 청년허브 http://youthhub.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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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곳곳에서 많은 청년예술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겐(우리들에겐) 무엇보다도 잠재성과 가능성을 믿어주고 관심으로 지켜봐주는 시선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는 각자의 작품들을 통해 ‘자신’을 봐달라고 세상에 SOS신호를 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3시간 남짓한 시간으로 인해 어린이공연을 하는 예술가로서 그의 책임과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금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공연활동을 하는 것과 더불어 어린이공연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여기저기에 소신껏 ‘떠들어대는 것’ 또한 앞으로 더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만큼 아직까지 그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어린이청소년공연을 인큐베이팅하고 제작지원해주는 프로그램으로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작은극장 프로젝트’가 2012년도부터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식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되어 좋은 작품들이 많이 생겨나고, 그것이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 그들의 삶속에서 피어나기를. 그리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우리가 존재하는 이 곳에 건강하고 아름다운 예술문화로 뿌리내리기를. 이러한 문화 속에서 청년예술가들이 마음껏 열정을 피워내며 행동하는 예술가로 성장해 나가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한여름밤의 작은극장(2014 국립극단 ‘한여름밤의 작은극장’)

About hyeminhan

- Independent Performing Artists. - Founder of Theatre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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