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A PERIOD at Mulll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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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eriod-생리에 관하여

2015.6.27.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

공연을 마치고 나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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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에 발을 들이고 나서 겪는 경험 하나 하나가 나에게 있어서는 늘 크나큰 도전이고 새로운 시도다. 유난히도 ‘나는 왜 이걸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이번 공연.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이제 그 ‘왜?’ 에 대해 조금은 더 알 것 같다.

려움, 걱정, 긴장, 불안, 자책, 부끄러움 등 공연을 준비하며 나를 떨게 만들던 것들이 무대를 통해 깨뜨려져 새롭게 피어난다. 이렇게 나는 아직 모르고 있던 나 자신을 공연 작업을 통해 조금씩 발견해나가고 있는 듯 하다. 머릿 속에 떠도는 가능성들은 직접 행해보지 않으면 절대로 모르는 일인 것이다. 세상에는 아직 피어오르지 못한 이야기들이 수 없이 많고 재미난 것들은 넘쳐난다. 타인의 눈치를 보며 겁내 주저하기엔 인생은 겁나게 짧고 사람들의 마음과 만나는 그 찰나의 순간은 너무나도 빛난다.

그러기에. 

앞으로도. 나는. 아마. 

도저히 이를 멈출 수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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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공연을 준비하다보면 만나고 싶지 않는 나의 모습들과 일대일로 대면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 과정이 외롭고 힘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에도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준비하면서 내가 나의 기본적인 성향과는 상반된 일을 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지니고 다녔다. 얼마전 SNS를 통해 발견한 시인 류시화의 글에서는 “마음이 담긴 길을 걷는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과 나란히 걷는다. 그러므로 마음이 담겨 있다면 자신이 걷는 길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과연 나는 내가 가는 길에 확신이 있는가?’

아마도 지금은 그 길에 확신을 갖기 위한 여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더 알아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공연을 준비하며 홀로의 작업이 특히나 외롭기도 많이 외로웠지만, 그만큼 사람들에게 많이 의지하고 도움을 받았던 작업이었다. 복잡하고 초조한 마음 숨기지 못하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함께 하자며, 도와달라며 손 내미는 부족한 나를 놓지 않고, 곁에 있어주고 믿어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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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듯 공연은 끝나고 그 흔적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부터 나는 사라져 버리는 것들이 싫었다. 대학시절 몇 개월간 수업도 빠지고 밤새가며 연습하고 제작한 연극이 며칠의 공연으로 모두 ‘the end’되어 버림을 경험했던 연극 동아리 활동에도 어쩐지 회의감이 들었었다. 그러다보니 더더욱 나는 ‘남겨지는’ 그리고 ‘지속되는’ 공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다. 한번 보고 하하 웃고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공연보다는, 자신의 일상 속에 남아 머리와 마음을 이따금씩 톡톡 건드리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고. 의미로 남겨질 수 있는 공연을.. 콤플렉스에 대해 이야기한 ‘아코’, 여러가지 눈과 사물을 통해 일상 속 놀이를 재발견하고자 한 ‘ㄴㅜㄴ/눈’,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여자라면 모두가 겪는 생리에 관한 이야기 ‘생리에 관하여’까지… 어쩌면 ‘이는 나를 기억해줘!’하는 나의 숨겨진 욕심이 담긴 작품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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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그 다음 단계를 위한 시간. 한번 이번 공연을 점검해보자.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바로 배우로서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나’에 대한, 그리고 관객과 만나는 이 ‘작품’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고 그것이 여실히 무대 위에 드러났다는 점이다. 새로 시도한 장면들은 관객의 눈치를 보게 되었고 연습이 부족한 장면들 역시 자신감 없이 훌렁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변명을 대자면 이유야 많겠지만 작품 창작, 기획적인 부분에 시간을 많이 쏟으면서 따른 연습 부족은 나 스스로가 잘 알고 있는 부끄러운 점이다. 이번 공연을 통해 1차적으로 대본은 완성되었고 생리안내서 제작도 마무리되었으니 이제는 장면별 디테일과 연습에 더 신경쓰고 집중적으로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해야 할 것이다.

여러 에피소드들이 혼재되어 있던 초반 부분과는 달리 후반에는 이야기 흐름이 생성되면서 나도 관객들도 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스토리 중심이 아닌 단편적 에피소드들과 다양한 무대 언어를 사용하면서 이것이 어떻게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인가는 남겨진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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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관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공연을 마치고 나에게 찾아와 공연을 잘 보았다며 인사를 건네는 일반관객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연자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관객들에게 어떠한 연극관람의 경험을 선사하게 될 것인가…

설문조사를 통해 알게 된 관객들이 가장 공감을 많이 한 부분은 아무래도 ‘생리가 나오지 않아 걱정할 때’였고, 이해가 어려웠다는 점은 몸짓으로 표현하는 부분이었다. ‘생리터졌다’, ‘생리 끝!’, ‘생리대 빌릴때’ 등 생리를 주제로 한 장면들에 각자가 특히나 공감을 하는 부분이 달랐던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공연이 짧아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렇게 설문조사를 통해 관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으니 동기부여와 자극도 확실히 되고 공연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자양분이 되니 정말 좋았다. 다음엔 공연 후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보아야 겠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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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이탈리아 연출가 구글리엘모 파파(Guglielmo Papa)가 한국배우 2명과 함께 어린이 공연을 창작하는 작업에 연습통역을 하고 있는데, 연출 겸 배우를 겸하며 꾸준한 창작작업을 하는 그에게 궁금한 점이 많았던 나는 이런저런질문을 하며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는 자신에게 있어 연극은 라이브라고, 작품은 항상 나아가는 과정(in progress)안에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함께하는 사람들과 작품을 믿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그리고 작품은 관객을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발전해나가는 것이라고. 난 그동안 나 스스로 작품을 믿지 못하고 그보다 타인의 평가를 더 믿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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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하면 지인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하며 이야기를 듣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노 나 스스로가 잘 알고 있는 지점들이 있다. 그 중 커다란 두 가지. 나와 작품을 더 믿고 꾸준히 할 것.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무대 위에 서는 1인 배우! 연기 연습에 좀 더 집중할 것.. 꾸준히 할 것.

더 나은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해보자.!

생리에 관하여.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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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자! 


작품소개

[.]A Period – 생리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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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이상. 러닝타임 35분

창작/연출/출연: 한혜민 드라마터그: 조성옥 조연출: 송지은

음악: 한혜신 영상: 켡(박현지) 디자인: 이다현(studio flow) 사진촬영: 정실짱


만들고, 기다리고, 내보내고 다시만들고

그녀도 몰랐던 생리에 대한 비밀스런 이야기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보았을 생리에 대한 고민들, 한 달에 한번 빠짐없이 찾아오는 지긋지긋한 통증! ‘[.]A Period – 생리에 관하여’는 바로 거기에서부터 탄생한 작품이다. 그동안 입에 담기조차 조심스러웠던 생리를 주제로 한 에피소드들이 감각적이고 다양한 표현으로 새롭게 무대 위에 펼쳐진다.

About hyeminhan

- Independent Performing Artists. - Founder of Theatre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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