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만난 공연,축제,사람 #01. Paris

Performances, Festivals, Artists I met in Europe 2016

#01. Paris, France with Les Grande Person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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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배낭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이자, 앞으로 나의 10주간의 여행의 시작과 마무리를 함께해줄 도시, 파리! 파리에 도착한 다음날, 작년 하이서울페스티벌에서 만난 그랑드 페르손느(Les Grandes Personnes)팀의 클로드모(Clodmo)는 나를 파리 중심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틀리에로 초대했다.

 

그랑드 페르손느(Les Grandes Personnes):
대중성 있는, 살아있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예술을 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이 모여 거리에 살면서 신나게 놀 수 있는 조각상을 제작하고자 만들어진 단체이다. 인형들이 도시에 난입했을 때, 주민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평범한 공간을 아이의 시각에서 재발견할 수 있으며, 도시 명소의 크기와 비율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는데, 이 점에 착안하여 1988년에 설립된 이 단체는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의 다양한 축제에서 도시에 관한 ‘다른 시각’을 가지도록 만든다. | 참고: 하이서울페스티벌 홈페이지

 

– La Villa Maei D’i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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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대문 앞에서, 클로드모

 

오베흐비에(Aubervilliers-Pantin Quatre Chemins) 메트로 역에서 조금 걸어가면 위치한 라 빌라(La Villa Maei D’ici)의 아틀리에! 빨간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 곳 저 곳에서 각자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타나 인사를 건넸다. 곳곳에 그들이 직접 일구어낸 공간이 펼쳐졌다. 2003년에 설립된 La Villa Maei D’ici는 40여 개의 예술관련 단체가 속한 하나의 종합창작센터(un pôle de création pluridisciplinaire)라고 할 수 있다. 음악, 연극, 디자인, 영화 등 다양한 작업을 하는 팀들이 모여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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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모는 내게 바쁜 손짓을 하며 이 곳 저 곳을 보여주고 사람들을 소개시켜주었다. 재능과 위트 넘치는 그들이 직접 꾸민 아틀리에의 곳곳이 모두 놀라웠다. 한 작업실에서 만난, 대형인형 채색 작업을 하고 있던 로(Laure)는 나에게 물었다.

“내일 Dieppe이라는 북쪽 지역으로 투어 가는데 같이 갈래? 물론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서 나는 다음날 투어 팀과 Dieppe에서의 일정을 함께하게 되었다.

 

* La Villa Maei D’ici 아틀리에

 

– To Dieppe!

아침 9시경, 아틀리에에서 만난 그들은 커피를 먹고 가자며 카페로 향했다. 커피 한 잔을 하며 카페 종업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담배를 태우고, 또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우리는 디에프(Dieppe)로 향했다. 프랑스 북서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디에프는 파리에서 가까워 현지인들이 휴가 때 자주 찾는 곳이라고 한다.

디에프에 도착하자 로는 “혜민! 우리 시간이 없어. 얼른 가야해”라며 나를 재촉했다. 예정되어있는 퍼레이드가 1시간도 채 남아있지 않던 시간이었다. 급하다는 말에 간단히 점심을 먹고 가려나 했는데… 와인 한 잔과 함께 전식, 본식, 후식 그리고 커피 한 잔과 역시나 이야기를 한껏 나누고 나서야 자리를 일어나 퍼레이드 준비를 하러 갔다. 퍼레이드 시간은 예정보다 조금 늦춰졌다.

 

일상의 거리를 축제의 공간으로!

 

 

디에프의 예쁜 해변가와 건물들, 파란 하늘, 선선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 퍼레이드를 하기에 정말 완벽한 날이었다. 대형 인형 설치를 마치고 거리로 나오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형인형을 조종하는 순간 아이의 얼굴처럼 변하는 그들을 바라보니 나도 신이 났다. 그들은 무거운, 정말 무거운 대형 인형을 짊어지고 거리를 날아다니듯 활기차게 다니며 사람들을 만난다. 인형을 마주하는 순간,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고 서로간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1회 공연을 마치고 쉬는 시간, 누군가는 해변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누군가는 상점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2회 공연까지 마친 후 대기실로 돌아오니 시원한 블랑(1664 Blanc) 맥주가 테이블 위에 놓여있었다. 철수를 마친 후 맥주를 들고 나가니 거리에는 다른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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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ppe 거리에서 펼쳐지고 있던 수중 음악 공연

 

– Après  (공연이 끝난 이후)

모든 일정을 마치고 해변가에서 와인 한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랑드 페르손느에는 40여명의 팀원이 있다고 한다. 대형인형을 조종하는 그들의 배경은 모두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거리극을 주로 하는 예술가라는 점. 거리에서 코미디극을 주로 했다는 일로디, 인형작업을 주로 하는 로, 서커스를 했던 클로드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그들은 각자의 일정에 맞추어 극단 작업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하이서울페스티벌에서 만났던 몇몇 다른 사람들은 만나볼 수가 없었다. 아마 투어공연이 워낙 많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40여 명의 멤버가 있는 큰 규모의 극단이 어떻게 경제적으로 운영되는지 궁금해져 질문을 했다. 극단 내에서의 월급이 따로 있지는 않고, 참여하는 만큼 페이를 받는다고 하며 나머지는 프랑스 정부의 예술가지원정책에 따라 매 달 지원금을 받는다고 한다. 한국은 어떠냐는 질문에 나는 예술인복지재단의 창작지원금과 파견예술인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9시경 우리는 늦은 저녁을 먹으러 들어갔다. 그리고 식사와 와인, 커피, 담배, 이야기는 다시금 반복되었다. 예정과는 달리 우리는 새벽 2시가 다 되어서야 파리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을 그들과 함께해보니 그들의 공연하며 살아가는 일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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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프 해변가에서 그랑드 페르손느 투어멤버들과 함께

 

*프랑스 예술가지원정책 참고:
미디어일다/ 프랑스에선 예술가를 어떻게 지원하나?
예술인복지재단/ [특집] 예술인의 주거안정을 위한 프랑스 예술가 아틀리에(atelier d’artiste) 지원정책

 

– 오! (Laure)!

파리를 떠나기 전날, 로(Laure)와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라 샤벨(La Chapelle) 메트로 역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그녀는 나에게 “네가 조금 무서워할 수도 있지만. 괜찮으니 걱정 마.” 라는 말을 남겼다. 그녀가 살고 있는 동네는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었다. 흑인과 아랍계 남자들로 가득 찬 메트로 역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나에게 말을 건네는 그들에게 미소로 답하며 나는 ‘무서워할 수도 있지만’ 걱정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홀로 낯선 거리를 다니면서 두려움(fear)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여행을 앞두고 니스에서 끔찍한 테러사건이 발생하면서 여행을 극구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해야 했고, 설렘보다 불안감이 앞서 이번 여행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도 했던 나였다.

“난 요즘 사람들을 점점 믿지 못하게 만드는 이런 상황과 사건들이 슬퍼. 의심 없이사람을 믿는 것 자체가 이상해져버린 세상이 된 것 같아.” 내가 말하자 로는 서툰 영어로 답했다. “난 겁을 내면 걱정하는 일들이 더 찾아온다고 생각해. 마치 네가 개를 무서워하면 개가 너를 무는 것처럼 말야.”

로의 동네를 한 바퀴 돌고 테라스에 앉아 식전 주를 한 잔 한 후, 로는 자신의 아틀리에 겸 집으로 나를 초대했다. 아무것도 없던 빈 공간에 2년 동안 부모님과 함께 직접 설치하고 꾸몄다는 그녀의 집은 그야말로 늘 꿈꿔왔던 드림 하우스였다! 재료들이 잘 정리되어있고 커다란 테이블이 있는 아틀리에, 깔끔한 주방, 아기자기한 거실과 천장이 푸른 잎들로 가득한 화장실, 손님을 맞을 수 있는 작은 다락방, 침실과 테라스까지 너무나도 완벽해서 나는 한동안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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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의 아틀리에 겸 하우스

 

“난 사람들이 자기 이웃사람들과 더 이야기하고 소통하면 세상이 더욱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 로는 집에서 작업할 때 문을 열고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인사를 건네는 것이 좋다고.

그녀가 직접 만든 맛있는 파이와 샐러드를 먹으며 우린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었다. 조각을 전공한 로는 졸업 후 미술치료 등의 일을 거쳐 현재 3년 째 그랑드 페르손느 컴퍼니와 일하고 있다. 주로 사회적 이슈와 다양한 문화에 관심을 갖고, 인형제작자이자 무대와 소품 디자이너 겸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I think about what I want to do, and I go for it”

33살의 파리에서 살며 활발히 작업하고 있는 그녀가 고민하고 있는 것은 나의 그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여성 작업자로서 미래에 대한 생각, 일과 다른 하고 싶은 것들 사이의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 하고 싶은 많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우리가 웃음과 함께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Maybe we need more life!”

 

 

로와 함께한 저녁은 그야말로 ‘full of brightness’였다. 저녁 12시가 다 되어서야 우린 대화를 마무리하고 집을 나섰다. 고마움의 뜻으로 인사동 거리에서 사온 가방을 선물로 건네자 로는 바로 자신의 가방을 바꿔 매며 좋아했다. 활짝 웃는 그녀의 미소가 참 아름다웠다. 좋은 기운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선 빛이 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빛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그녀에게서 좋은 기운을 듬뿍 받고는 한층 더 열린 마음으로 파리의 밤거리를 걸어 나의 폭신한 카우치(couch)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새 파리에서 보낸 6일이 지나고, 내일은 미모스 마임축제(Mimos Festival)가 열리는 페리괴(Periguex)로 이동한다.

 

 

2016.7.21-26 in Paris, France

글, 사진 | 독립공연예술가 한혜민 hyemin1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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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hyeminhan

- Independent Performing Artists. - Founder of Theatre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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