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만난 공연,축제, 사람 #03. London, UK

Performances, Festivals, Artists I met in Europe 2016

#03. London,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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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지낸 8일은 정말 계획없이 보낸 시간이었다. 부러졌던 발가락이 어느덧 완치되자 달려보겠다고 아침에 그리니치 공원에서 러닝을 하고는 지쳐 다시 잠들기도 하고, 매일 아침 뮤지컬 데이시트(day seat)를 얻으러 일찍 나가겠다 마음 먹고는 알람소리에 깼다가 다시 잠들기 일쑤였다. 하루 이틀은 그래도 관광명소는 둘러보아야겠다며 바쁘게 걸어다녔고, 현대적인 건물들과 중세시대의 고풍을 유지하고 있는 건물들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독특함에 놀라워했으며, 내셔널 갤러리에서 만난 미술작품과 직접 보는 레미제라블 뮤지컬에 감동에 감동을 받고, 런던의 스케일에 몸이 놀랐는지 어느 날 입술은 터지고 아파서 호스텔에서 종일 쉬기도 했다.

여행은 늘 나에게 예상 너머의 것을 선사한다. 그럼에도, 여행에서의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사람들과의 만남일 것이다.

 

– 큐가든에서 만난 하루카의 스토리텔링 공연 With Haruka at Kew Garden

 

 

2012년, 오키나와에서 열린 아시테지 차세대예술가프로그램(Next Generation)을 통해 만난 하루카(Haruka Kuroda)는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동청소년극 배우다. 런던에 머물고 있는 기간 동안 짧은 스토리텔링 공연이 있다고 하여 인사도 할 겸 큐가든(Kew Garden)을 방문했다. 알고 보니, 큐가든(큐왕립식물원)은 런던 남서부지역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식물원으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4년 만에 만난 하루카는 임신을 한 몸으로 칠월칠석,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아쉬웠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둘러본 큐 가든은 정말 아름다웠다!

 

 

– 위로와 영감이 넘치는 토니 그레험과의 오후 Lovely afternoon with Tony Graham

 

8월 5일, 영국 연출가 토니 그레험(Tony Graham)과 런던 Leicester Square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토니는 국립극단 청소년극 릴레이 ‘타조소년들(Ostrich Boys)’, 베이비드라마 ‘달(Moon)’ 연출 등, 활발하게 한국과 협력 작업을 하고 있는 연출가다. 런던 이후 에든버러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나에게 토니는 돈을 아끼라며 맛있는 점심과 커피를 사주었다. 한국에 갈 때마다 많은 대접을 받는다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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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한 3시간 동안 우리는 거의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최근 참여한 국립극단 차세대연극인스튜디오에서 한 파트 연출을 맡으면서 겪은 우여곡절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연출가로서 그가 초창기에 겪었던 어려움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졌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어. 완전히 엉망이었지. 매번 공연을 할 때마다 ‘내가 할 수 있을까?’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곤 해.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내가 연출을 할 수 있나?’ 처음 연출을 했을 때 난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 때의 난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지.

하지만 놀라운 건 내가 계속 하고 있다는 거야. 그리고 중요한 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거. 무언가에 성공하면 거기서 무엇도 배울 수 없어. 실수로부터 배우게 되지. 경험을 통해 내가 무엇을 배웠는가를 생각해.

초창기 연출을 할 때 어려웠던 건 이것이었던 것 같아.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 내가 이것을 좋아하는지, 만족스러운지, 마음에 드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공연을 볼 때도 내가 이것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왜 그러한지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고민해. 다른 이의 의견에 영향을 받지 않기란 어렵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하지. 물론 다른 사람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겠지.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내 스스로가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인 것 같아.”

올해, 처음으로 여러 배우들과 함께하는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자신감을 많이 잃었던 나에게 토니의 말은 너무나도 큰 위안이 되었다. 나의 성향과 성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토니는 “아마 너는 너무 나이스해. 일을 할 때, 예술에 있어서, 비판적(critical)일 수 있어야 해. 그게 너에겐 아마 도전(challenge)일 수 있겠지.”하고 조언해주었다. 그 부분은 바로 내가 고민하던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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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내면에 갖고 있어야 해. 그러면서도 동시에 유연할 수 있어야 하지. 그게 아마도 연출가에게 있어 어려운 부분일 거야. ”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토니는 맞지 않는 사람과는 과감히, 그리고 정직하게 이야기하고 ‘안녕’이라고 외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사람에게 끌려간다든지 그 늪에 빠져들게 되면 안 된다고.

연출가로서 배우와의 관계, 작업방식에 있어 그는 배우가 어느 정도 안전(secure)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지만 동시에 너무 많이는 아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배우들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어 하고 안전함을 느끼고 싶어 하지만, 그것을 너무 알아버리면 연기에 흥미가 사라져버리는 아이러니에 대해 우리는 한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를 나누며 내가 그가 하는 모든 말을 적고 싶다고 이야기 하자 그는 “난 그냥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뿐이야. 걱정 하지 마. 넌 너의 경험이 있어.” 라며 유쾌하게 답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나는 토니에게 여러가지 따뜻한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 너에게 뭐가 필요한지 알아? 같이 갈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거야. 작업을 할 때마다 보러 와주고 서로 믿을 수고 있고 객관적이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협력자 말야.”

토니는 자신이 사는 도시, 런던을 아주 좋아하는 듯 했다. 아직도 항상 길을 잃는다고 말하며 나와 함께 도심 골목을 걸을 때마다 “Isn’t it amazing?”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자신의 주변에 항상 놀라워하는 것, 그리고 길을 잃는 것. 창작에 있어, 예술에 있어, 그리고 삶에 있어 아주 중요한 키가 아닐까. 여행을 하기 때문에, 낯설고 새로운 곳이기 때문에 놀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일상 속에서 매 순간 감탄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한껏 채워진 마음을 안고 토니와 헤어졌다. 토니는 올 11월 국립극단에서 ‘타조 소년들’을 재공연한다고 한다.

 

*대화를 나눈 이후 나의 이해와 기억에 의해 기록된 글이므로 언어문제 등으로 인한 오해가 있을 수도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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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ne and only. We should all live our dreams” 런던 포토벨리 거리에서 만난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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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8/1-8 In London, UK


글, 사진 | 독립공연예술가 한혜민 hyemin1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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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hyeminhan

- Independent Performing Artists. - Founder of Theatre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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